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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생각/일상

2014.09.08(추석)

투정글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잘나신 강남 대치동 유지 고모님과 친척동생이 왔다 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엄마와 고모는 자신들이 들은 자식들의 온갖 타이틀의 보따기들을 풀어헤친다.

 

"甲은 행시에 합격해서 여자친구가 집을 해줬다더라."

 

"어머 그래? 乙은 서울교대를 졸업했는데, 남자친구가 어느 병원 아들이더라.

그 아들은 재승이랑 같은 서른인데 자기가 받는 용돈 내에서만 데이트를 한다더라."

 

"재승아, 우리 아들은 서울대 다니지만, 서울대는 이제 브랜드 이상 아무것도 아니더라.

이제 실력이 되는 세상이야, 너도 잘할 수 있어."

 

이들 다 내가 살아온 20대를 안다고 생각했다.

고모가 칭송하는 대학의 2차 면접에서 미끌어진 후, 심하게 방황을 한 것도,

대학을 다니면서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께 손한번 제대로 벌려보지도 못한것도,

 

서러움이 먼저 밀려오더라. 고모님이 우리 집안에 큰 도움을 주신것도,

동생이 방황할때 잘 잡아주신것도, 고모의 기도빨로 잘 살아온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나이 서른에도 남들 좋다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고모와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격지심이 생겨나고 옛 상처들이 일어난다. 

 

일단 그런 내가 제일 부끄럽다. 웃어 넘길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한 걸지도, 포용력이 부족할 지도 모르지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찌질하게 독백할만 도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눈코입을 달고 살아가는 사람이란 종족 안에서도, 대를 이어 가치의 순서가 정해지고,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아직도 분함을 주체하기가 쉽지 않다ㅎㅎ 후...

우리 부모님은, 내가 가정을 이루었을 때의 꿈이

내 자식만큼은 20대에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란 것을 아실런지.ㅎㅎ

 

휴 그렇다. 30살의 추석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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